대구‧경북 행정통합, 급발진도 모자라 시대 역주행하나

등록 :2024-08-22

변봉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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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기욱 경상북도의회의원(국민의 힘, 예천)


전국시대 송(宋)나라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키우는 원숭이의 수가 늘어나 먹이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아져 원숭이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먹이라곤 도토리 뿐인데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하니 원숭이들이 모두 반발을 했다. 그러자 저공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하니 원숭이들이 모두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유명한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유래다.


지난 5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존 입장을 바꾸고 갑작스럽게 제안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연신 전국을 들썩이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통합기한부터 정해놓고 화려한 상차림을 준비중이다. 신도시 조성에 대한 기대가 컸던만큼 가장 큰 실망과 불안감을 느낄 경북 북부권을 통합행정복합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청사를 현 상태로 유지하고 국가행정기관 및 산하 공공기관들을 이전하며 어느 한 곳 손해없는 행정통합을 하겠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언론 보도된 대구시의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대구 인근에 위치한 경북의 12개 기초지역이 대구청사 관할로 배치되고, 경북청사는 안동‧예천을 포함해 단지 7곳만 관할한다. “경북(慶北)”이라는 명칭만 존치할 뿐 사실상 700년 역사를 거쳐온 큰집 주인인 “도(道)”의 해체나 다름없다. 행정복합도시 조성 카드를 꺼내놓고 온갖 사탕발림으로 북부권 도민을 현혹하더니, 수시로 계획이 바뀌는 등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 보도 당일 경북은 대구시의 특별법안이 합의된 사안이 아니라고 바로 반박했지만 이미 신뢰는 물건너가고 도민들의 불안은 현실이 되고 있다.


광역 자치단체 간 통합은 국내에 사례가 없고 해외에서조차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단 3개월 새 쾌도난마(快刀亂麻)식 질주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산‧창원‧진해의 통합 사례가 얻을만한 시사점이 꽤 많다. 통합 14년째를 맞이하는 창원시는 출범 이후 각종 특례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채무는 증가했다. 통합 당시 110만 정도의 인구는 100만명 유지도 위험한 상황이다. 산업 구조의 재편이나 시설 확충에 있어서도 지역간 갈등을 조정하기 쉽지 않고, 고작 통합 3, 4년차 되던 해부터 마산시와 진해시를 다시 분리하자는 말이 나오는 등 통합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구‧경북은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에 맞서는 유일한 해답이라며 최초 광역 행정통합이라는 유례없는 방책을 내놓고, 장밋빛 희망만으로 도민들을 선동하는 상당히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통합의 가장 큰 이점으로 꼽는 특례와 교부금 등의 추가 인센티브는 통합 초기에는 재정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세 세수 감소나 반사적 불이익에 대한 타 지자체의 입장 등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한시적이기 때문에 이에 의존한 경쟁력은 모래성 쌓기나 다름없다. 정부가 통합을 부추기는 이유도 결국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예산 절감 때문이지 않은가.


중복 기능과 기구‧정원을 감축해 행정 비용을 절감시키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광역 행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도민과의 접근성은 멀어져 공공서비스 질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 정수도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도민의 편익과 복리 증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통합이 되면 생활 편의와 문화공간이 잘 갖춰진 대구로 각종 상권과 경제생활권의 쏠림이 발생할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제적 이치다. 통합하기 전에야 경북 소외 지역에 여러 당근책을 제시하겠지만, 당장 몇 년만 지나면 효율성 명목으로 계획이 수정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하지 않은가.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러한 중차대한 일에 불과 2년 새 손바닥 뒤집듯 입장이 번복된 것만 봐도 타당한 의심이다. 가뜩이나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은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대구경북 내에서 또 이중쏠림 현상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하다. 대구권은 사람‧자본‧정보‧기술들이 집적되고 각종 민간‧공공투자가 집중되지만, 이에 반해 경북은 더욱 소외되고 피폐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심화될 것이다.


지난해 말 경상북도 개도 700년 및 도청신도시 건설을 기념하고 새천년을 함께 비상한다는 의미로 조성된 ‘천년숲’이 대한민국 최우수 도시숲으로 선정됐다. 불과 몇 달 새 새천년은커녕 당장 유령도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도민들은 한숨만 나온다.


그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및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해 세종특별자치시 건설, 혁신도시 조성 등 여러 노력과 시늉이라도 보여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급발진처럼 추진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그동안 애써 쌓아온 지방자치의 성취를 스스로 부정하고 시대를 역주행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법률고문 권기준 변호사
054-856-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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